결정되지 않은, 결정할 수 없는 지각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딘가로 이동중이다.

한낮의 태양 광선과 대기의 작용으로 인해 가려져 버린 우주의 참모습은 오히려 깜깜한 어둠이다. 고정된 이미지에 역동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온 작가 이소영은 미묘한 불일치와 어긋남으로 우리를 명료함이 아닌 낯선 지각 경험의 세계로 안내한다. 마치 부활이 죽음 이후에야 가능하듯이, 혼돈이 생성으로 변환하는 상상 너머의 장으로 이동해 본다.

2025 Solo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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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개인전 : 『픽셀 유랑 Pixel Roaming』

임계영역의 디지털 지층을 탐험하다

인류세 시대, 인간 활동으로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지구 환경과 그 속에서 흔들리는 우리의 존재를 탐구하는 이소영 작가의 개인전 《픽셀 유랑(Pixel Roaming)》이 2025년 7월 22일(화)부터 7월 31일(목)까지 인천 도든아트하우스에서 열립니다.

이번 전시는 근대 이후 인간 활동이 지구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인류세'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그간 인간 활동의 단순한 배경으로 인식되었던 지구의 '임계영역(Critical Zones)'이 이제는 직접적인 행위자(agent)로 등장하며, 모든 사람과 사물이 자신의 '토포스(topos)', 즉 고유한 위치와 기반을 상실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전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주' 개념의 확장을 강조합니다. 이주는 더 이상 개인적,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고향을 떠나거나 뿌리 뽑힌 사람들(the uprooted)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철학적 사유를 빌어, 《픽셀 유랑》은 이주를 재해석합니다. 이주는 자기가 서 있는 땅이 흔들리고, 생존의 기반이 불안정해지며, 지구에서의 미래가 불확실해지는 것을 경험하는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문제로 확장됩니다. 임계영역은 지구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생지화학적 순환이 일어나는 동적 공간이자, 인간 활동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취약한 공간입니다. 라투르는 이를 인류세 시대의 존재론적 위기를 진단하는 핵심 분석 틀로 제시합니다.

이소영 작가는 이러한 철학적 개념을 디지털 매체인 '픽셀'로 시각화합니다. 작가는 "흙 한 줌을 손바닥에 올려둔다. 작은 숨을 불어넣자 세립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린다. 내가 바라보는 것은 흙이 아니라 그 안에서 끓어오르는 미세한 떨림, 임계영역(Critical Zone)이라 불리는 가장 얇은 생의 막이다"라고 언급하며, 픽셀을 현대의 흙으로 비유합니다. 고정된 프레임을 거부하고 충돌하며 해체되는 이미지들은 보이지 않는 소음, 들리지 않는 빛, 만져지지 않는 바람을 디지털의 얇은 막 위에 새로운 결로 구현합니다.

작가는 "잊힌 언어들, 그 틈새를 비트와 색으로 재구축하며, 잃어버린 것들에 미세한 숨을 돌려준다.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기억들, 그 시간의 그늘을 거스른 픽셀들의 유랑은 실재와 환영, 확실성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진동하는 동사들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이어 "픽셀은 현대의 흙이다. 우리는 그 위에 새로운 영토를 짓고, 다시 흔들리기를 반복한다. 『픽셀 유랑』은 끝나지 않은 존재론적 이주의 중간 보고서다"라고 덧붙입니다. 빛과 흙, 숨과 전류가 맞물려 태동하는 이 행성적 유랑이 우리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주를 상기시키고, 흔들림이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존재 방식으로의 초대임을 역설합니다.

《픽셀 유랑》은 인류세라는 격변의 시대에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성찰하고, 흔들리는 대지 위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과 관계 맺음을 모색하는 중요한 예술적 시도가 될 것입니다.

작업 노트

"픽셀은 현대의 흙이다. 우리는 그 위에 새로운 영토를 짓고, 다시 흔들리기를 반복한다. 『픽셀 유랑』은 끝나지 않은 존재론적 이주의 중간 보고서다."

흙 한 줌을 손바닥에 올려둔다. 작은 숨을 불어넣자 세립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린다. 내가 바라보는 것은 흙이 아니라 그 안에서 끓어오르는 미세한 떨림, 임계영역(Critical Zone)이라 불리는 가장 얇은 생의 막이다. 암석의 기억, 물방울의 맥박, 곰팡이의 호흡이 서로 얽혀 미묘한 파동을 만든다. 인류세의 대지는 더 이상 무대가 아닌 변위의 주체가 된다. "지금, 어디에 서 있나." 땅이 먼저 묻는다.

화면 위의 픽셀들은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고정된 프레임을 거부한 이미지들이 충돌하고 해체되며, 보이지 않는 소음과 들리지 않는 빛, 만져지지 않는 바람이 디지털의 얇은 막 위에서 새로운 결을 만든다. 감각이 희미해지는 순간, 의식은 팽창한다. 텅 빈 여백은 가능성의 광점들로 포화되어 있다.

잊힌 언어들, 그 틈새를 비트와 색으로 재구축하며, 잃어버린 것들에 미세한 숨을 돌려준다.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기억들, 그 시간의 그늘을 거스른 픽셀들의 유랑은 실재와 환영, 확실성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진동하는 동사들이다. 빛과 흙, 숨과 전류가 맞물려 태동하는 이 행성적 유랑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이주를 상기시킨다. 흔들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초대다. 흔들리는 동안 우리는 살아 있으며, 서로를 향해 미세하게 이동한다.